여는 글
여는 글

이 책은 2013년 1월에 낸 칼럼집 <정의의 수레바퀴는 잠들지 않는다>의 속편 격이다. 그 후에 쓴 칼럼류의 글을 모은 것이다. 20년 동안의 공직 생활(사법연수생 2년, 해군법무관 3년, 판사 및 부장판사 15년)을 한 다음 2004년 3월부터 올 2월까지 만 11년 동안 국내 최대의 로펌 김·장 법률사무소(“김&장”)에서 소송변호사로서 수많은 사건을 대리하고 변론하며 보람 있게 일했다. 지난 11년 동안의 로펌변호사 생활은 나의 가정에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로펌의 팀플레이를 통해 소통과 배려와 협동의 정신을 배웠다.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 인생의 황금기를 로펌에서 기업소송을 대리하고 기업인·정치인을 변론하느라 전국 각지의 법정을 누비며 보낸 셈이다. 그러다 ‘뜻한 바’ 있어 올 3월 김&장을 나와서 광화문에 조그만 변호사 사무실을 내고, 부설 ‘바른선거문화연구소’도 열었다. 그 ‘뜻한 바’가 무어냐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여하튼 이제부터는 그 동안 내가 준비하고 꿈꾸어 온 나의 일을 좀 더 자유롭게 하려고 한다. 로펌변호사 생활을 하며 법률신문 논설위원으로서 사설을 9년 넘게 계속 써왔고, 법률신문 ‘서초포럼’ 란에 법조 칼럼을 실었으며, 중앙일보의 일요판 중앙SUNDAY ‘황정근의 시대공감’ 란에 시사 칼럼을 기고했다. 골프를 치는 대신에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칼럼을 통해 법률가의 시각에서 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이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과 나의 주장을 당당히 밝힘으로써, 이 사회에 대한 법률가의 문화적 사명을 다하자는, 내 자신과의 약속을 조금이나마 지키는 길이었기에 글을 쓰는 그 시간은 늘 행복했다. 법조인으로서 입은 혜택을 국가와 사회에 되돌려주는 내 나름의 재능기부 방식이 사회 현안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이다. 내가 쓴 글로 인해 제도가 개선되고 법령이 개정되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 다만 그 동안 외부 기고를 하면서 내가 김&장에 소속되어 있는지라 김&장에 누가 될까봐 소속은 밝히지 않고 그냥 ‘변호사 황정근’ 이름으로 글을 써왔다. 김&장 소속인지라 자기검열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제 김&장을 나옴으로써 좀 더 자유롭게 나의 주장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의 생각과 입장을 외부에 글로써 알린다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글쓰기를 위해 항상 사회 현안과 중요 이슈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다. 글을 쓰기 위해 독서와 사색을 하고, 그 결과를 글로 표현하며, 그 후 내가 쓴 글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선비정신’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나에게는 경상도 선비 기질이 뼛속깊이 박혀 있다. 내 마음 속에 만약 구슬이 있다면 궤 속에 숨겨두지 말고 좋은 상인에게 팔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너는 글쓰기를 통해 도대체 무엇을 꿈꾸는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누구에게나 행복한 세상’ 만들기가 꿈이라고 늘 말한다. 리더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깊은 감동을 안겨주는 말과 글의 구사능력이다. 논리적 사고력, 치밀한 분석력, 날카로운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인권 보장, 법치주의와 권력분립, 대의제를 핵심요소로 하는 정치적 자유주의가 발육 부진 상태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특권 없고 예외 없는 법치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 달성해야 할 목표다. ‘세월호’에서 드러났듯이, 이 시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정의(正義) 중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반부패와 법치’다. 우리 정부는 사회적·경제적으로 열위(劣位)에 있는 약자를 아우르고 함께 가는 ‘동행정부(同行政府)’가 되어야 한다. 치열한 갈등과 투쟁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법치주의원칙을 준수하는 것이야말로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첩경이다. 그래서 제1항 ‘민주주의로 가는 길’과 제2장 ‘법치주의로 가는 길’로 나누었다. 제3장 ‘나의 주장, 나의 생각’에서는 우리 집안과 나의 히스토리도 정리했다. 올해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았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했으니, 분단 70년은 그야말로 사람으로 말하면 고희다. 분단 70년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한민족의 고통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벼랑 끝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지만 거기서 추락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정치·공공·노동·교육·금융·산업 각 부문의 구조개혁에 꼭 성공해야 미래가 있다. 새로운 희망의 날개를 달고 다함께 비상(飛翔)해야 한다. 그러면 소득 4만 달러 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대한민국은 전혀 새로워져야 한다. 둘째, 대한민국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셋째, 대한민국은 좀 더 밝아져야 한다. 넷째, 대한민국은 보다 깨끗해져야 한다. 줄여서 ‘새·달·밝·깨’다. 이는 쉽게 말하면 ‘제대로 된 나라 만들기’의 길이다. 이 책의 내용이 모두 결국은 ‘‘새·달·밝·깨’에 대한 것이고, 그래서 책 제목도 그렇게 정했다. 정치의 정(政) 자는 발걸음이 목표를 향해 똑바로 가도록 채찍질한다는 뜻이다. 그 목표란, 첫째는 내·외부로부터 백성을 지켜내는 것, 둘째는 백성을 배불리 먹여 살리는 것, 셋째는 백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은 국민을 지켜내고 국민을 잘 살게 하며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숨마저 거는 자세로 일하는 지도자, 바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최고행복책임자’가 필요한 때다. 이 책의 출간을 맡아준 법률신문사 이영두 사장님과 장병선 팀장님에게 감사드린다. 늘 나의 편이 되어준 가족과 친구, 선후배, 고향어르신 모두에게 사랑과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 나를 키워준 계곡과 언덕, 시냇가를 거닐고 싶다.”(넬슨 만델라) 2015년 4월 심관(心觀) 황정근 쓰다.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밴드 공유
  • Google+ 공유
  • 인쇄하기